[고스모그+엑셀리온] 조우
다고르 다고라스 갑자기 끌렸음 어쩔수 업ㅅ음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자 요정은 곧장 튕기듯 일어섰으나, 눈을 두세 번 감았다 뜨고는 이내 도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소집령으로 들릴, 오롯이 그만을 위한 경보였다. 예상치 못한 일도 아니었다. 그는 검을 챙기려다가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외투 하나만 걸치고 개인실을 나섰다.
조명 없이도 그는 미로같은 건물을 빠져나가 아직 밤에 잠긴 샛길로 경계 거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그는 조금 머뭇거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요정은 성큼 경계를 넘었고, 그곳에서 기다리던 이는 고개를 들었다.
따지자면 서른한 번째 만남이었다. 요정은 숲속으로 꼬부라져 들어가는 길을 앞장서 걸었고 방문자는 말없이 그를 따랐다. 일출을 한 시간쯤 남겨두고 그들은 저수지 근처에 멈춰 섰다. 요정은 방문자와 눈을 맞추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오?"
요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쪽이 예의를 차려 줬으니 나도 그래 보려고. 싫다면 편하게 말하지."
요정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용건부터 보이는 게 어때? 내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내 벗들도 걱정이 클 테니."
그는 팔짱을 꼈다.
"이런. 고집 부리겠다 이거지. 그런데 어쩌냐, 나는 싸울 생각 없는데. 보여? 비무장이잖아."
"물이야...... 뭐."
"기적과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좀 들었지. 하지만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거든. 표정이 안 좋아. 걱정하지 말게. 말했잖나, 난 오늘은 기적을 불러내리고 싶지 않다고. 운명의 도구로 쓰이는 것도 참 달갑잖은 일이란 말이야. 결과가 내가 바랐던 것이라 해도."
"만도스가 비었으니까."
요정은 맥빠진다는 듯 양손을 들어보였다.
"좋아. 오늘은 이만 헤어지지. 다음에도 잘 부탁하네."
맞잡을 것을 청하며 내민 손을 방문자는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다음 순간 그는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고, 요정은 휘청거리며 뒷걸음질쳤다. 혼잣말이 공중에 맴돌았다.
"이 짓도 못해먹겠네."
다음 번이 그들의 공식적인 열네 번째 충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