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마에마글+엘쌍] 범주

Rhindon 2018. 9. 6. 21:16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아몬 에레브 성곽 안에서, 안드람의 장벽 위에서, 람달 요새에서, 그들은 핀웨 가 투르곤의 자손이었으며 그에 걸맞게 대우될 것이었으나 그 외 모든 땅에서 그들은 일개 어린 병정들일 뿐이었다. 마글로르의 말마따나 페아노르 가문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여력이 있을 때나였으니까. 그리고 마에드로스는 충성의 맹세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들도 딱히 맹세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규칙은 쌍방에게 편리했다.

 하지만 새로운 장소에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것임을 그들은 불행히도 모르는 채였다.

 "사 달라고 해도 될까?"

 엘로스가 소곤소곤 물었다. 엘론드는 몇 발짝 앞에서 유독 건장해 뵈는 난쟁이 하나와 낯선 억양으로 대화하는 마글로르를 곁눈질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그들이 페아노르의 아들들의 손님인지 백성인지는 아직 분별할 수 없었고, 그는 웬만하면 신중하게 행동할 참이었다. 엘로스는 하늘이 다 무너진 얼굴을 하고서는 칭얼거렸다.

 "그렇지만, 엘론드, 저거 너무 예쁘지 않아?"

 "비싸 보이잖아!"

 잇새로 타박하면서도 엘론드는 내심 그에게 동의했다. 예쁘기는 더럽게 예뻤다. 더군다나, 둘 다 결코 입밖에 내지 않을 사실이었으나, 좌판의 순은 모형은 텔레리 배를 꼭 닮아 있었다. 팔뚝 하나 길이에 무척이나 정교하게 조각되어 등불 아래 거의 노을빛으로 반짝이는. 옛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벨레고스트의 드높은 천장과 휘황찬란한 거리에, 산맥의 뼈를 드러내는 공동에 기가 죽어 있던 엘론드는 그 모형의 값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고,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곁에 선 병사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속삭였다.

 "어차피 들고 가지도 못하잖아. 갖고 싶으면......"

 "갖고 싶은 게 있느냐?"

 엘론드는 그대로 굳었다. 시가지는 난쟁이들로 북적였고, 마글로르는 너무 멀리 있었고, 마에드로스는 얄밉게도 허리를 푹 굽혀 가며 그들과 눈을 맞췄고, 천하태평한 엘로스는 냉큼 모형을 가리켰다. 엘베레스여 맙소사.

 그러나 마에드로스는 좌판에 성큼 다가서 난쟁이에게 뭐라 말했으며, 그러자마자 곧장 난쟁이는 큼직한 상자를 꺼내 모형을 넣어주는 것이었다. 한 손으로 들기는 애매한 부피에 마에드로스는 엘로스를 손짓해 불렀다. 여전히 희게 빈 머리로 용케 엘론드는, 과연 저게 내 쌍둥이가 맞는가, 라는 의심을 해 냈다.


 그날 숙소로 돌아간 엘론드가 배를 살 돈은 어디서 난 거냐 물었을 때, 마글로르는 한참을 소리내어 웃더니 뻣뻣한 눈으로 대답했었다.

 "여기 난쟁이들 절반은 카란시르에게 빚이 있고, 다른 반은 내 형님께 빚이 있지. 이들은 가급적 그걸 갚고 싶어하니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하는 말은 덧붙여지지 않았으나 놓칠래야 놓칠 수는 없었다.



*

마에가 랜덤 난쟁이한테 그쪽 부친이 내 동생에게~ 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못 썼다... 속...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