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페아+랄웬] 웃는 소녀

Rhindon 2018. 9. 18. 17:53

어제 썰 때문에 생각나서 써본... 원래 Terrifying Tolkien Week으로 써보고 싶었던 소재였어요ㅋㅋㅋㅋ 상고로드림은 지금 갈아엎을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ㅠㅠ

모종의 중세 에유. 페아노르는 딱히 믿을 만한 화자가 아님.



 솔직히, 그 꼬마가 걸핏하면 공방으로 찾아오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핀디스는 제 어미를 닮은 금발머리에 차분한 벽안 탓으로 쳐다보기만 해도 오만정이 떨어졌고, 재수없이 핀웨의 이름을 물려받은 인디스의 아들은 어느 한 군데 기분 나쁘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랄웬데, 웃는 소녀만은 그에게서 아량을 끌어내곤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친형제들에게서나마 아낌없이 정을 받아본 어린아이의 자연한 사랑스러움이었을지도 몰랐으나, 페아나로는 그저, 제 가장 냉철한 순간에마저 이복누이의 매력을 그 햇살같은 웃음 탓으로 돌려버렸다. 이제 겨우 그의 골반쯤에 미치게 자란 누이는 쾌활하고 영리해서 때로 그는 이스타르니에에게 셋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속삭이기 시작했었다. 장소가 주로 베갯머리라 번번이 등짝을 얻어맞았지만.

 놀로핀웨를 어이없이 따르는 것만 빼면 정말이지 싫어할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 인디스의 첫째도 아냐, 아들도 아냐, 그러니 그가 무엇하러 그 둘보다 먼저 랄웬을 괴롭히겠나. 물론 이는 그만의 생각이었을 뿐, 궁정 사람들은 이견을 품은 듯했다. 어린 넬랴핀웨가 총총 다가와, 아버지가 랄웬 전하를 용광로 떠민 것이 사실이냐 묻자, 그가 울컥 성을 낸 까닭은 그것이었다. 용광로? 용광로에 밀었다면 그 멍청한 계집은 지금 살아 있지도 못했어!

 실상 그는, 저 혼자 공방 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달군 철판에 얼굴을 박고 넘어진 이복누이를 구하겠다고 달려든 잘못으로 아직까지 손바닥에 붕대를 친친 감고 있는 참이었다. 도대체가 그 꼬마는 식히려고 내버려둔 쇠에는 무슨 일로 다가갔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그 일로 핀웨에게 실컷 야단을 맞았고 또 네르다넬의 침실에서도 쫓겨났으니 - 애가 돌아다니는 줄 알면 조심했어야지, 쿠루핀웨! - 받을 벌은 다 받고 넘친 셈이었다. 아무튼 그의 확고한 감상으로는.

 그러나 상처는 다 아물었다던 이복누이가 닷새가 지나고도 공방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자 그는 그만 약이 올라, 여태껏 한 번도 발을 들인 적 없던 인디스의 궁에 요란하게 쳐들어갔다. 감히 그의 몸에 손을 대진 못하는 시종들을 떨궈내고 랄웬의 방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약 냄새가 훅 끼쳤다. 지독하게 낯익은 향이었다. 그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쉰 목소리가 갑자기 앙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누군가, 아, 인디스의 아들이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어 그를 밀쳐냈다. 그는 가까스로 문간을 붙잡았다. 나가시오, 채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이 내지른 명령에 페아나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나마 궁을 뜀박질이 아닌 빠른 걸음으로 나온 것이 조금의 위안이었다.

 이복누이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오른쪽 입꼬리만은 한껏 말려 올라가 있던 장면을 그는 도저히 뇌리에서 지워내지 못했다.


 그리고 랄웬으로 말하자면,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그녀는 발갛게 달아로는 쇳덩이의 유혹만큼이나, 페아나로가 다급히 시종들을 부르며 지었던 흉폭한 표정을 기억했고, 그에 대한 공포는 화상의 통증이 잊히고도 오랫동안 그녀의 꿈을 어지럽혔던 것이었다.



*

그리고 핀웨 가는 개박살이 났다고 합니다.

그 티리온 과제 한 동안 손 놨었는데 이 부분만 올려봅니다...ㅋㅋㅋ

 As the name Middle-earth (which comes from Old English middan-geard and Mediæval English midden-erd, middle-erd, that literally mean ‘land in the middle’ between the ice of the North and the fire of the south, set amidst the encircling Seas - oikouménē the inhabited world) implies, this world is not a different planet nor an ‘Otherworld’ but our own, only some six thousand years ago(Letters p.283). At first Tolkien appears to have intended a mythology that he could “dedicate simply to: to England; to my country”(Letters p.144), as is most obviously seen in ‘The Book of Lost Tales’. Written in his twenties, ‘The Book of Lost Tales’ deals of a mariner named Eriol who on his travels visited the Lonely Isle...

나중에 각주 옮길 생각 하면 환멸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