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아노리안] Left
쌍둥이의 방식은 마글로르와 흡사하고, 배는 성가시다.
주로 그 주위를 맴도는 것은 암로드다. 동생이 아니라 시종이라도 되는 것처럼, 암로드는 그가 잠드는 것을 보고 떠났다가 눈을 뜨기 전에 돌아와 세숫물을 내민다. 그리고는 그를 빤히 주시한다. 그가 허용한다면 아마 대신 얼굴을 닦아줄 테다, 처음에 그랬듯. 옷끈을 매주는 것도, 나눠가진 붉은 머리카락을 그나마 볼 만하게 빗어주는 것도 암로드 쪽이고. 암로드는 그의 매무새가 흐트러지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암라스는 밤에 찾아온다. 그는 아직 이 암라스가 실제인지 분별하지 못했다. 암라스는 종종 그의 오른손목을 한참 바라보다 촛불이 꺼지듯 사라진다.
그렇게 노려본다고 손이 다시 자라지는 않을 거야.
쿠루핀은 흠칫 놀란다. 옛날에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 하나에 골몰하다가 날 새는 줄 몰랐던 어린 요정이 이제 쿠루핀 안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쿠루핀은 멋쩍게, 불안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의수가 있으면 균형에도 좋을 텐데.
그는 거절하지만, 어쨌든 고맙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 어렸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쿠루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웃는다. 정말로. 그는 뿌듯함을 느껴야 할 듯하다.
카란시르는 골치아프다. 이전에 그를 어떻게 다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암로드가 새로 편성한 궁기병을 시연할 때 눈먼 화살 하나가 그 가까이 날아온다. 그에게 닿기는커녕 열 뼘 남짓 떨어진 곳에 꽂혔음에도 카란시르는 벌컥 성을 냈다가, 그가 제지하자 더 길길이 날뛴다. 불쾌하다. 그는 카란시르가 무엇을 원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결국 그는 넷째 동생은 둘째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카란시르를 마글로르에게 떠밀어보낸다. 카란시르는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땅에 내던지고는 쿵쿵거리며 걸어간다. 불손함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글로르에게 언질해 놓을 것이 하나 늘어난다.
켈레고름은 가장 쉽다.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날도 풀렸겠다, 켈레고름은 온종일 미스림을 둘러싼 숲을 쏘다니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이따금 며칠씩 사냥을 나가기도 한다. 돌아오면 켈레고름은 그의 방에 찾아와 굳이 그의 발치에 앉는다. 늘 오른쪽이다. 켈레고름은 후안을 쓰다듬으며 꾸벅꾸벅 졸고, 그는 켈레고름이 기대고 있는 무릎 대신 팔걸이에 책을 올리고 책장을 넘긴다. 아만에서 이랬던 것 같지는 않지만, 이곳은 아만이 아니고 켈레고름도 그것을 안다.
글씨 나아졌네. 이제 난 필요 없겠어?
마글로르가 농담처럼 묻는다. 진심이 아닐 테다. 그는 고개를 젓고 말한다. 당분간은 계속 신세를 져야겠구나. 마글로르는 거의 안도하는 것 같다. 그는 차츰 글씨 연습을 줄여가지만, 깃펜이 손에 익는 데는 얼마 더 걸리지 않는다. 획이 곧아지고, 또는 깔끔하게 굽어 떨어지게 되고 나서도 그는 쭉 마글로르에게 대필을 맡긴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납득은 간다. 그리고, 좋아한다면야.
그는 마글로르가 싫증을 내고 다른 서기를 구해오면 스스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지만 그런 일이 금방 일어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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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말았고 핀곤이 빠졌음... 수소님 던져주셨던 주제 다시 써봤고 이번에도 맘에 안 듭니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