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4시대] 먹이를 주지 마시오

Rhindon 2018. 10. 7. 15:21

제목 생각 안 났고 핀데길 먹금잼 야생의 핀데길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빗. 왕의 서가 맨끝, 그의 눈높이보다는 조금 높은 곳에 올려놓인 빗에 새겨진 문양은 못내 익숙한 것이었다. 도제 시절 지겹게 봐 왔으니까. 젊은 서사는 저도 모르게 에뮌 아르넨, 하고 소리내어 중얼거렸고, 때마침 왕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핀데길. 와 주어 고맙소."

 "부르심에 감사합니다."

 엘다리온은 유쾌하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뭘 보고 있었느냐는 물음에 핀데길은 빗을 가리켰고, 곁눈질로 왕의 표정을 살폈다.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후린 가문의 문양이라, 눈에 띄더군요. 제 스승께서......"

 "섭정의 사촌동생이지요? 이제 생각나는군."

 핀데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의문점은 하나였다. 누구 거지? 빗은 상아 재질이었고 꽤 공들여 만든 듯했지만, 아무래도 대공가에서 가문의 문양까지 박아가며 상납할 물건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바라히르가 쓰던 것보다 아주 조금 나을까. 그러면? 곤도르에는 왕비가 없었다. 그러나 왕은 젊었고, 엘로스의 전례를 생각하면 지금쯤 아내를 들일 법도 했다. 핀데길은 에뮌 아르넨에 나이가 맞는 여인이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승님 따님은 아니어야 하는데. 스승님 화나시면 무서운데.

 그의 생각을 반쯤은 읽은 듯 엘다리온이, 그런 게 아니오, 하고 먼저 부정했다. 왠지 그 모습이 여느 청년 같아서 핀데길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 가서 퍼뜨리진 않을 테니 걱정하진 마시죠.

 "그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정표 같은데 말입니다?"

 엘다리온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가 웅얼거렸다. 이미 죽은 자요.

 아차.

 그리고 핀데길은 다시 또르르 머리를 굴렸다. 대체 누구지? 보로미르님께 숨겨진 딸이라도? 스승님께 여쭤볼까? 엘다리온은 빗을 집어 핀데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전대 대공 거요. 서재 정리하다 나와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작업 진척이나 설명하시게."

 핀데길은 끙 소리를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재미없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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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히르 파라미르 외손자 미는데 3대 대공 이름 필요할 땐 가져다 쓰면... 편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