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란시르x할레스] 주말
환생한 할레스랑 어쩌다 현대에 떨어진 카란시르 보고 싶음 악
"당신은 핀골핀 가 영주들을 닮았어요."
난데없이 무슨 말인지. 할레스는 서너 번 헛손질한 끝에 핸드폰을 잡아 알람을 껐다. 침대 스프링이 삐걱였다. 카란시르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는 되풀이해 말했다. 당신은, 그 재수없는 놈들을 닮았어.
이게 잠이 덜 깼나, 에 뒤따른 욕은 입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녀도 채 머리가 맑아지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아침부터 재수없다니, 뒷감당할 생각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카란시르는 헤실헤실 웃었다. 꽤나 진풍경이었기에 할레스는 연인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일단 미뤄보기로 했다.
"외모가 닮았단 게 아니라...... 굳이 떠나야 했어요? 그 자식들은 왜 헬카락세를 건넌 걸까."
"그 자식들이 누군데?"
"몰라요?"
카란시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베개에서 떨어져 나오는 머리카락이 정전기로 곤두섰다. 그리고 그는 도로 눈을 감고, 얼굴을 묻고 엎드렸다. 하얀 시트에 엉망으로 퍼진 머리카락 아래서 어그러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있어요, 그런 애들. 친하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알았어요, 당신 동생의 핏줄이 다그니르 글라우룽가에 닿아 있단 거, 오로드레스의 여식이 그런 얘기를 했단 거.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닮은 거예요, 당신도. 그냥, 다. 아, 아타니가 원래 그런지도. 그래서 그쪽들이 친했나. 재수없는 놈들. 당신은 그들을 닮았어요."
"내가 재수없는 놈들을 닮았어?"
그녀는 푸흐 웃었다. 카란시르는 제멋대로 한 손을 뻗어 탁 쳤다. 맨팔에 손바닥이 닿았다.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이, 아랫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민 모습이 그려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유리창으로 햇살이 쨍하니 비쳐들고 있었다. 이 새끼가 다시 잠들면 커튼 치고 나도 자야지. 주말 만세. 쓸데없이 살벌하게 다짐하면서 할레스는 모로 누웠다.
"그렇게 재수없으면 갈까?"
아뇨, 가지 마요. 팔에 얹힌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카란시르가 조용히 말을 마쳤다.
"명예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고. 알고 보니 당신한텐 필요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