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드리엘] 귀향
산 돌의 홍예가 모습을 드러내자 프로도는 팔짝 뛰어오르며 외쳤다.
"보세요, 부인! 저곳이 백조항구인가요?"
그녀는 어슴푸레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고는 손에 턱을 괴었다. 아발론에 머문 지 보름이 되어서야 피나르핀은, 조심스럽게, 서쪽 해안을 돌아보지 않겠느냐 물었었고, 그녀는 다시 보름이 지난 후에야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별다른 고상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빌보가 서녘의 끝을 보고 싶다며 잠결에 웅얼거린 것을 프로도가 주워들어 전한 탓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까마득한 옛 기억을 헤집어 흰 셔츠와 바지를 찾아내고는 소맷단을 걷어붙인 터였다. 톨 에렛세아의 큼직한 돛단배는 혼자 몰기 그닥 어렵지 않았던 데다 매듭진 밧줄은 손에 익었다. 올려묶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잔잔한 바람에 가라앉을 무렵 빌보는 얕은 숨소리를 뱉으며 잠들어 있었고, 프로도는 머쓱한 듯 씩 웃었다.
"삼촌은 꽤 피곤하셨나 봐요. 부인께선 괜찮으신가요?"
"그럼요! 하지만 부인이라 부르지는 마세요, 프로도. 갈라드리엘이 꺼려진다면 아르타니스나 네르웬도 좋아요."
"알라타리엘은요? 부인께선 그 이름으로도 불리셨다 들었는데요."
그녀는 문득, 풀물 든 치맛자락처럼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알라타리엘! 맙소사, 프로도,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리 말하며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켈레보른의 신경을 긁어놓으려 했던 얼굴들을 떠올렸고, 고개를 내저었다. 빌보가 눈꺼풀을 두어 번 깜빡이고는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그녀는 프로도와 눈을 마주치며 돛을 접었다.
"점심 때까진 시간이 남았는데, 내려가서 주무실래요, 삼촌?"
그러나 빌보는 말 한 마디 없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프로도는 뒷목을 긁적였다. 정처잃은 바람이 흰 곱슬머리에 엉키고, 빌보가 다시 색색거리며 잠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갈라드리엘은 조용히 물었다.
"빌보를 얼마나 그리워할 것 같나요?"
"글쎄요. 음, 부인께선 모르시겠죠. 부인의 모든 친족은 여기 있으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르웬 운도미엘은 내 딸의 딸이며 그녀의 형제들 또한 아직 항해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의 켈레보른도 한동안은 로리엔에 남아 있기를 택했지요."
프로도가 뺨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녀는 잠시 아에그노르의 이름을 곱씹었다가 푸스스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안답니다, 그러니 걱정할 것 없어요. 더군다나 무례는 내가 먼저 저질렀는걸요! 사실 나는 꽤나 놀랐어요. 당신도, 당신 삼촌도 쉽게 배에 오를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어느 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아니에요. 뭐라고 해야 할까, 이곳은 정말 신비해요. 제가 낡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알쿠알론데의 거대한 입구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고, 에젤로하르 언덕은 옛 시대의 무덤이겠지만, 갈라드리엘은 동행을 위해서라도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네냐가 손가락에 찼다. 잠든 건지, 더는 깨어나지 못할 것인지, 누구에게라도 물어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뜻모를 질문을 중얼거렸다.
"이런 까닭에 당신들을 아끼나요?"
*
H님께...? 으 진짜 뭘 쓴 건진 모르겠는데 뭐라도 써야지 싶었네요...
...he [Frodo] thought that he had given his life in sacrifice: he expected to die very soon. But he did not, and one can observe the disquiet growing in him.
The Letters of J. R. R. Tolkien 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