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거... 짧음
장서관을 나오며 엘프와인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곤도르의 섭정 대행, 친가와 외가 양쪽으로 그의 친척 되는 젊은 청년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섭정의 집무실 책상 뒤에나, 엘렛사르 왕 발치의 검은 의자에 앉아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미나스 티리스의 한여름 축제가 성대하기는 했으나 엘프와인이 알기로 엘보론은 폭죽 터지는 길거리를 방황하느니 어느 한적한 구석에나 처박혀 있을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에 엘프와인은 자연 심각해져, 여섯 번째 원으로 내려가며 뒷덜미를 긁적였다.
돌의 도시에서는 정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은 거짓이 된 지 오래였다. 요정의 손길이 닿은 나무 그늘 아래로 걷던 엘프와인은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문득 멈춰 섰다. 곤도르 왕녀들과 비슷하나 조금 더 높고 갈라진 음성이었다. 그는 조금 기억을 더듬어 그 주인을 떠올렸다. 그래, 엘다리온. 왕가의 막내이자 유일한 사내아이는 그러고 보니 이제 막 소년이라 부를 만한 나이가 되었을 터였다. 엘프와인은 주위를 휘 둘러보고는 수풀 사이, 거의 기분만 낸 것과 다름없는 오솔길로 발을 옮겼다. 엘다리온이 부루퉁하게 무어라 말했고, 곧이어 누군가 청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덕에 엘프와인은 엘보론을 알아보았다. 에오윈의 아들은 쉽게 웃지 않았지만 그가 홍소할 때면 이는 언제나 숲요정의 가락과 말발굽 소리가 섞인 듯했고, 짧은 풀을 밟고 선 엘프와인은 이제 엘보론을 듣자마자 헤실 미소 지었다. 그는 잽싸게 오솔길을 마저 달려 정원 한가운데 공터로 들어서며 크게 소리쳐 엘보론을 불렀다.
"Westu geswigran hal!"
엘보론은 막 엘다리온의 이마에서 입술을 떼며, 엘프와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린 왕자의 볼은 화악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엘프와인은 웃음기 띤 얼굴로 다가서, 엘보론과 팔뚝을 맞잡으며 빙글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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