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2018. 8. 26. 18:48

거미 사체의 재활용

삼중수소님과 얘기했던 날조썰 바탕임 수소님 도리아스 꼬장파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owO)

 

 

 "첫 번째 의제는 이것입니다."

 엘론드가 운을 띄웠다. 엘로히르는 엘라단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아버지 진짜 이러실 거래? 엘라단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엘론드는 목을 가다듬고는 선포했다.

 "순찰 장비 제작을 포함하나 이에 한정되지 않은 용도를 위하여 어둠숲에서 거미 실을 수입할 것인가?"

 쌍둥이와 켈레브리안, 에레스토르를 제외하면 미리 아는 이가 없던 이야기였고, 둘러앉은 요정들이 당황해 서로만 쳐다보는 사이 엘라단은 벌떡 일어나 한 손을 드는 것으로 발언권을 요청했다. 엘론드는 아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존경하는 영주님, 고문 여러분, 저는 반대합니다."

 얼마 전 에레스토르의 멱살을 잡았던 일로 참관만 허락받았던 엘로히르가 신이 나 박수를 쳤다. 엘라단은 쌍둥이의 발을 꾹 밟았다. 적당히 좀 해! 엘로히르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했으나 엘라단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어둠숲의 거미들 역시 웅골리안트와 연이 닿아 있잖습니까? 그것들이 자아낸 실에 어떤 어둠이 담겨 있을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어둠숲에서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까지 드러난 부작용은 없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에레스토르가 반박했다. 똑같은 생각이 동시에 쌍둥이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야 당신은 거미줄 옷 입고 다닐 일이 없을 테니까! 엘라단이 자리에 앉자 회의 자료를 뒤적이던 글로르핀델이 일어섰다.

 "보온성은 좋은 것 같은데요? 겨울 순찰도 짐이 퍽 줄겠어요."

 "거미줄이래잖아요!"

 엘로히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엘론드 눈치를 보며 엘라단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엘라단은 어깨를 들썩였다. 저리 떨어져, 징그러워.

 "공자님들 말씀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요. 사실 거미와 핀웨 가는 상성이 좋았던 적이 없으니까요."

 이어진 말에 엘로히르는 휙 휘파람을 불었다. 켈레브리안과 엘라단은 눈을 마주쳤다. 켈레브리안이 턱짓했다. 네 동생이다. 엘라단은 무릎 위 가지런히 놓았던 손을 살짝 펼쳤다. 아들이랑 의절하시게요? 친족 사이 일을 못본 척하며 에레스토르가 말했다.

 "꼭 옷을 지을 필요는 없지요. 뭐든 쓸 곳을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둠숲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수락하는 게 이로울 제안입니다."

 에레스토르가 앉자마자 글로르핀델이 다시 손을 들었다.

 "여차하면 바다에 던져버리죠!"

 또 한 번 박수 소리가 들렸다. 엘라단은 엘로히르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한 손으로 동생의 손을 꽉 붙들고서 그는 다른 손으로 손등을 토닥였다. 가만히 있자. 엘로히르가 나지막이 불평했다. 난 네가 내 편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엘라단은 웃으며 속닥였다. 너는 내 편이지?

 "잠깐, 잠깐만요. 로스로리엔에는 제의가 없었답디까?"

 린디르가 물었다. 켈레브리안은 앉은 채로 답했다.

 "어머니께서는 거절하실 생각이신 것 같더군요."

 "갈라드리엘님께서 거절하신다면 우리도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둠의 문제에 대해서라면 그분께서 가장 박식하실 테니까요."

 엘라단이 화색을 다 감추지는 못하며 물었다. 에레스토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로리엔에는 그분이 계시니 거미 실도 필요 없겠지요. 그리고 임라드리스는 로리엔과 다릅니다. 이곳에는 루시엔의 친족이 살고 있잖습니까? 루시엔께서는 드라우글루인의 꼬리와 글라우룽의 몸뚱이를 노래해 밤의 망토를 자아내셨다죠. 우리가 거미 실을 못 쓸 이유는 없을 듯 보입니다."

 엘로히르가 다시 엘라단에게 얼굴을 부볐다. 엘라단은 질색하며 몸을 뺐다. 애도 아니고 왜 이래? 엘로히르는 부루퉁하게 웅얼거렸다. 기분이 안 좋아. 그러고는 의자에서 스르륵 미끄러졌다.

 동생이 풀썩 쓰러지자마자 엘라단은 비명을 질렀다.

 "엘로히르!"

 두 번은 못하겠지만, 탐탁치 않은 회의를 끝내기 괜찮은 방법이었다.

 

 

*

어쨌든 우리의 실용주의자 엘론드는 거미줄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새 망토 받은 날 쌍둥이는 망토를 고이 접어 전차몰이족 좀 잡고 오겠단 쪽지와 함께 침대 발치에 올려두고 로한으로 튀었다고 함.

그 다음부터는 얄짤없음 이로써 쌍둥이 장비 색이 두네다인 거랑 달랐던 이유가 밝혀집니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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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hi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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