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2018. 8. 31. 16:32
Fools 노래 진짜 좋음... 우리가 모든 걸 망치면 어쩌지? 그리고 우리는 바보처럼 사랑하고, 가진 전부를 잃어버려...
두려움이란 것은 끈질겨서, 제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잠시라도 방심할라 치면 숨통을 콱 죄어오고는 했다. 마치 지금처럼, 마에드로스가 지도 위로 왼손을 뻗어 말을 움직이고, 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이 안파우글리스를 스칠 때처럼. 마에드로스는 여덟 꼭지 별을 인 나무 병사 하나 옆을 검지와 중지로 두들겼다.
"벌판 쪽을 지키는 건 무의미하겠지. 차라리 아글론으로 모을까? 여기는 보르에게 맡기고."
당장은 망을 되살리는 데 힘써야 하지 않겠어, 하고 핀곤은 말끝을 흐렸다가, 뒤로 물러나 의자에 걸터앉았다. 마에드로스는 어슴푸레 웃었다.
"피곤하면 이만 쉬자."
"루산돌."
사촌은 조금 더 분명하게 미소지었다. 알쿠알론데에서 표정이 딱 저랬었지. 핀곤은 입가를 문질렀다. 맹세 직후에도. 그가 기억하기로는, 저 다 괜찮을 거야, 하는 미소가 의뭉스러운 기색을 띠기 시작했던 게 그 즈음부터였다. 달라진 건 그 자신의 시선밖에 없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페아노르와 핀골핀 앞에서 마에드로스가 피와 어둠을 외쳤을 때까지만 해도 그가 오만하게 홍소하며 영원한 어둠을 불러내리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으니까. 핀곤은 태연한 척 말했다.
"우리가 모든 걸 망치면 어쩌지?"
"어쩌긴. 망치고 나면, 어떡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을 텐데."
기다렸다는 듯 돌아온 대답에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으나, 더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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