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랴핀웨, 부르고서 그는 몸을 숙여 사촌의 머리카락에 짧게 입맞추었다. 여태 다 마르지 않은 적발에서는 차가운 겨울 공기가 묻어났다. 간만의 폭설이라 말이야, 부연하는 사촌의 말을 흘려들으며 그는 수건을 빼앗아 들었다. 마에드로스는 아무렴 어떻냐는 듯 몸을 젖혔다. 그는 이미 축축하다 못해 푹 젖어버린 수건을 침대 발치에 던져놓고는 맨손으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쥐어짰다. 화롯불이 타닥거리는 소리 사이로 사촌이 옅게 웃었다.
"좀 털고 들어오지. 다 녹았잖아, 어쩔 거야?"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네가 이럴 필요는 없는데, 하고 사촌이 중얼거렸다. 그는 아예 손가락을 엮어넣어 머리카락을 털기 시작했다. 사촌은 다시, 그냥 종자를 부를게, 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그가 억지로 주저앉히자 마지못해 한숨을 쉬었다. 핀곤은 못들은 척 궁시렁댔다.
"이것 봐, 등까지 다 젖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나가는 건데. 하여간에 머리카락이 죄다 얼어서 밀어버릴 지경이 돼야 정신을 차리지."
"그럼 밀지, 뭐. 편하겠네."
"그런 소릴 들으면 마칼라우레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마에드로스는 아이처럼 킥킥대다가 고개를 저었다.
"같이 나가 봤자 볼 것도 없어. 죄 얼어붙은 들판 뿐인걸. 더군다나 이 날씨에 전하를 모시고 나갔다가 무슨 말을 들으려고."
"여긴 힘링이야, 영주님. 내가 눈밭에서 구르든, 공중제비를 돌든, 콧방귀도 안 뀔 양반들 천지라니까?"
몇 년 전이었다면 누가 감히 널 무시하냐며 표정을 굳혔을 사촌은, 이젠 그저 싱글거리며 화롯가로 발을 뻗었고, 핀곤은 머리를 말리다 말고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여기가 좋아? 사촌은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겹쳐 잡았다.
*
이것저것 보고 싶은 것만 쌓인다... 달달한 거나 포카포카한 거...
안켈 쓰다 만 건 안 끝낼 것 같아서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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