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글 2019. 1. 9. 19:11

 "이번에 앙그반드 놈들이 또 한탕 했답디다."

 엘렘마킬이 책상에 서류 더미를 쾅 내려놓으며 말했다. 에갈모스는 코웃음을 쳤다.

 "앙그반드가? 아니면 페아노르가?"

 "너무 그러지 마십쇼, 어쨌든 우리 편 아닙니까."

 레골라스가 불쑥 끼어들더니, 까악, 하고는 엄지를 엮어 날갯짓 시늉을 냈다. 에갈모스는 실없이 웃고 타자기로 주의를 되돌렸다. 날짜와 발신인만 더하면 될 일이었다. 끄트머리의 문장이 눈에 밟혔다.

 "'다시금 뵐 날까지 부디 안녕히.' 있잖아, 우리가 다시 세상에 드러날 수 있을 것 같나?"

 엘렘마킬과 레골라스는 어리둥절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고, 에갈모스는 머쓱하게 뒷목을 긁적이다가 마저 타자를 쳤다. 네브라스트에서, 투루카노 놀로핀위온. 그는 타자기에서 종이를 빼내고, 투르곤이 손으로 썼던 초고와 함께 봉투에 넣었다. 누런 상자로 가득한 사무실이 유독 좁은 듯 보였다. 엘렘마킬이 힐끗 시계에 시선을 주었다. 하기야 직속도 아닌 상관이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 누구라도 당황하기 마련이겠다 넘겨짚으며 에갈모스는 봉투를 레골라스에게 건넸다.

 "보스 서명 받아서 가져와. 오늘은 그것까지만 해주면 돼. 엘렘마킬, 너는 분수가 찾더라. 심부름은 이제 됐으니 가 봐."

 "어라,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다들 사나흘씩은 걸리던데."

 "그 녀석 허구한 날 제 가문과 으르렁거리는 거 알잖나. 이렇게라도 찢어지는 게 다행이지."

 엘렘마킬은 아랫입술을 꾹 씹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레골라스가, 그럼 이만, 하고 목례하며 문을 나섰다. 뒤따라 걸음을 떼는 엘렘마킬의 등 뒤로 에갈모스가 덧붙였다.

 "그리고 누렁이 만나면 이리 보내!"

 엘렘마킬이 문턱을 넘고, 제 심박에 맞춰 스물까지 센 후에야 그는 손을 뻗어 엘렘마킬이 두고 간 서류 더미를 끌어당겼다. 독수리들이 전하는 소식만큼이나 일웨란의 정보는 신속했고, 또 때로는 더 정확하기 마련이었다. 어쨌든, 그가 자부하기로는. 그는 무지개의 오로메를 믿었고, 꿈길의 이르모를 경배했으나 옷세도, 그 주인도 도저히 달가워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에갈모스는 서류를 신경질적으로 도로 밀쳐냈다. 파란 평면도 한 장이 나풀거리며 시멘트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나중에, 그러니까, 일단 커피 한 잔은 하고서 들여다볼 심산이었다.



*

곤돌린... sf 디스토피아 에유... 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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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hi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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